세상과 섞이지 못한 두 남녀의 이야기 / 책 읽어주는 남자(베른하르트 슐링크, 시공사, 2013) 도서 이야기

책 읽어주는 남자 - 8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시공사


외국 책들은 항상, 어느 출판사에서 누가 번역 했느냐에 따라, 내용이 많이 상이해지곤 합니다. 이번에 읽은 책, [책 읽어주는 남자]의 경우는 이미 영화로 많이 알려진 책이었기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주변 지인의 '괜찮은 책'이라는 추천으로 인해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독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마이클 버그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의 눈으로 보이는 세상을 해석합니다. 어린시절 몸이 약했던 버그는 어느날 길에서 구토를 하게 되었고, 우연히 그것을 발견한 한나는 그 소년을 도와줍니다. 30대 중반의 농염한 한나와 한참 호기심 많았던 버그는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다가갔고, 관계를 갖게 됩니다. 이 내용이 워낙 책의 초반이기 때문에, 약간의 당황스러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 될 수록 그들의 그런 모습은 자연스럽게 다가왔습니다.

그 둘은 지독하게 외로운 존재들이었습니다. 강제 수용소에서 교도관 일을 했던 한나는, 친구 하나 없는 곳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몸이 약한 버그도 주변에 친한 친구 하나 없이 그냥 학교 집의 반복일 뿐입니다. 그런 버그에게 눈에 띄는 여자 아이도 있었지만, 이미 한나의 농염한 매력에 빠져,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습니다. 무한히 함께 할 것 같았던 그 둘의 시간은 결국 어느 한순간, 한나의 떠남으로 갑작스럽게 종료되고 맙니다.

그 후 버그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지만, 결국, 한나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의 어린 시절 한나와의 기억은 외로웠던 마음의 많은 부분을 채워줬지만, 한편으로는 그녀로 인해서 새로운 결핍이 생겼습니다. 강렬했던 그녀를 놓아주지 못한 그는, 공허해 할 뿐입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갔던 재판장 참관에서 한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간 생사 조차 알 수 없었던 한나를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말을 걸지 못합니다.

.............이하 스포일................(영화나 소설을 보실 분께 보내는 배려;;;;)









..그리고 문득 버그는 알게 됩니다. 바로 한나가 .글을 읽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랬기 때문에 버그와 만나던 한나는 항상, 관계전 버그에게 책을 읽어 달라고 했던 것입니다. 수용소에서 있던 한나는 약한 이들을 잠시라도 보호하겠다는 면목으로 책을 읽어 달라고 했습니다. 거의 남은 생을 모두 교도소에서 보내게 된 한나에게 버그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분명. 그녀를 위해. 그녀가 문맹이라고 증언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치부를 끝까지 숨기고,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하는 한나를 위해 그 사실을 밝히지 않습니다. 과연, 그것이 진정 한나를 위한 일이었을까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버그는 한나를 위해,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테이프에 하나씩 녹음해서 교도소로 보내줍니다. 고맙다는 한나의 편지에도 묵묵히 책.만. 읽은 테입을 보내줍니다. 그리고, 한나는 그에게 지독히 높은 벽을 느낍니다. 한나 또한 그를 그리워 하고 잊지 못했지만, 너무나 기계적으로 책만 읽어주는 그에게 점차 지쳐갑니다. 그리고, 자유를 얻기 하루 전,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습니다.

버그는 결국 감정이 결핍 되어버려, 그녀의 마음을 알지 못했을까요? 고마워하는 그녀의 편지에 그는 왜 아무말도 못했을까요? 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을까요? 정말 단순히, 책을 읽어주는 것만이 그가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을까요?

이 글을 쓰기전 잠시, 영화 [더 리더]를 검색해보았습니다. 제가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한나 슈미츠'의 모습이 '케이트 윈슬렛'에게 딱 매치가 되는 듯 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영화도 한번 봐야겠습니다.


덧글

  • 시공숲지기 2014/10/16 21:36 # 삭제 답글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와의 만남에 초대합니다.

    반갑습니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을 출간하는 시공사입니다.
    오는 10월 말,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가가 박경리 문학상 수상을 위해 방한합니다.
    방한 기간 중 있을 한국 독자와의 소중한 만남에 독자님을 초대합니다!

    일정: 10월 29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장소 : 신촌 엑스플레스

    참여 신청: http://onoffmix.com/event/34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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