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흐름을 보는 새로운 창(窓) : 동의보감 /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도서 이야기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 6점
고미숙 지음/북드라망


‘동의보감’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처음 떠오르는 단어는 '의술'이다. 그러나 의술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은 바로 그런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본 책이다. ‘동의보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동의보감의 시각에서 사회의 제반현상을 짚어보는 '사회비평적 에세이'이다.

고전평론가로 유명한 저자 고미숙은 동의보감과 관련 된 책을 이미 두 권이나 집필하였다.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나의 운명사용설명서 : 사주명리학과 안티 오이디푸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동의보감' 시리즈의 마지막 책이다. 책은 몸, 여성, 사랑, 가족, 교육, 정치사회, 경제, 운명 등 총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신문 연재 된 글을 정리했기 때문에, 표현이 간결하고 명확하여, 읽기 편하다.

"동선으로만 보면 입시생들은 예전의 귀족들보다 더 호사스럽다. 육체노동 면제, 기름진 음식, 각종 제도적 서비스들. 하지만 이게 과연 특권일까? 몸을 쓰면 마음이 쉬고, 몸을 쓰지 않으면 마음이 바쁘다. ... 특히 몸을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생활의 현장'이 있어야 한다. 창발성이나 자율성도 그때 비로소 가능하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지도리는 좀먹지 않는 거소가 같은 이치다."(동의보감)" - p. 133

세상 만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순환 되는데, 우리 교육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1분 1초라도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학교와 학원을 배달해주는 어머니들의 극성부터,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이어지는 학원까지. 이렇게 몸을 쓰지 않고 자리에서 공부만 강조하는 것이 진정 배움의 길일까? 동의보감의 말처럼, 흐르지 않으면 썩을 뿐이다.

물론, 책에서 다룬 내용이 모두 동의보감과 연관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회비평적 에세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책은 작가의 주장이 많이 들어 가 있다.

"그 꿈의 핵심은 무엇인가? 성공이다. 돈과 권력, 그리고 인기. 아이돌 스타들 아니면 재벌 2세들이 그 롤모델이다. 지혜의 전령사 혹은 동물해방운동가, 걷기의 달인 등을 꿈꾸는 이들은 거의 없다. 결국 꿈은 생명의 활동이 아니라 자본의 명령일 뿐이다." - p. 128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은 저자가 동의보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窓:window)이다. 이것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펼쳐 나간다. 인문학이 현대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될지 궁금해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그것이 세상을 바라보는데 어떤 방법을 제공하는지 알려주는 좋은 예가 된다.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새로운 순환이 시작되는 봄에, 몸과 생명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의보감이 세상의 흐름에 어떤 시각을 제공하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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